Flarelight

플레어라이트의 글리머: 이지리스닝 시대의 락음악

9 Rains 2021. 7. 31. 00:06

작년 여름이었죠 플레어라이트가 첫 앨범 글리머의 바이닐 발매 기념 리스닝 파티와 판매를 시작한것이.. 8월 말에 보낸 바이닐이 9월 중순까지 도착하지 않아서 안절부절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어요. 그래서 이제야 써보는 글리머 앨범 리뷰 겸 개인적인 감상.



*전문가 아님/ 아마추어도 아님/ 그냥 팬임


스트리밍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도 많이 달라지고 있죠. 고음과 가창력을 뽐내는 노래가 주였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큰 굴곡이 없는 듣기 편한 곡들이 추세라고 해요. 대표적인 가수로는 아리아나 그란데라고 생각해요. 대표곡 Problem으로 엄청난 가창력을 자랑하던 아리는 Sweetener 앨범부터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고 7 rings, thank u next 등을 히트시키며 스타일 변화를 완벽히 해냈죠. 음악시장 유행에 제일 민감하고 그 흐름을 제일 앞서 따라가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그 외에도 카디비의 WAP이나, 테일러의 Delicate, 마마무의 딩가딩가 등(다 제가 듣는 노래들만^^)을 보면 확실히 요즘 유행하는 음악들의 스타일이 어떤지 알 수 있죠. 곡 안에 기승전결이 없고, 굴곡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고 큰 변화가 없는 곡들. 마마무는 데뷔 초기 음악인 데칼코마니와 비교해보면 잘 느껴지구.. 아무튼 중요한건 이게 아니구요.

밴드 마룬파이브 보컬 애덤 리바인이 더이상 밴드가 없다고 했던 인터뷰도 생각이 나요. 마룬파이브는 이제 팝밴드에 가깝고 그들의 음악은 많이 대중적이 되었죠. 대중적인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만큼 많이 친숙한 스타일이 되었다는거고 결코 나쁘다고 보지 않아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유행도 달라지고 음악이라고 해서 다를것도 없고, 어쨌든 음악시장에서 살아 남아야 계속해서 음악을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단지 요즘 유행하는 이지 리스닝 대신 예전의 음악스타일을 그리워하며 향수를 앓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거죠 그 중 하나가 바로 나...




그런 의미에서 플레어라이트의 앨범 글리머는 완전히 시대역행적 음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지리스닝도 아니고, 음악 한곡 안에 기승전결도 있고 앨범 전체에도 기승전결이 있어요. 한곡 한곡이 각자 개성을 띄고 독립적이라 앨범을 통을으로 듣지 않고 랜덤재생으로 노래를 마구잡이로 틀어도 듣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는 요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옛날 스타일 앨범이에요. 그래서 제가 이 앨범을 사랑하는거구요.

한 1n년전쯤에 제가 처음 좋아했던 락밴드 음반이 있는데, 상술한것처럼 음악은 시대마다 유행이 있고 (락이라 한들) 그 앨범도 시대를 탄 음반이긴 하지만, 글리머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많이 나요. 앨범에 향수 한스푼을 넣었는지 왠지 옛 생각이 많이 나는 음반이에요.
mp3를 사용하던 시절에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사람들에겐 '갭리스'라는 기능이 필수적이었어요. 곡이 끝나고 다음곡으로 넘어갈때 잠깐의 끊김이 발생하는데 그 끊김 없이 곡이 연결되는 기능이에요. 요즘이야 기술이 좋아져서 갭리스는 다 기본으로 장착하고 나오기도 하고, 앨범을 통채로 돌리기보단 좋아하는 곡들 위주로 뽑아서 듣다보니 굳이 필요가 없는 기능이긴 하지만 그 때엔 그게 중요했어요. 그땐 원하는 곡 하나하나를 듣는게 아니라 앨범 통채로 들어야 했거든요. 한곡 한곡이 모인 앨범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 되었기 때문에, cd로 들을땐 모르겠지만 음원을 구매하거나 리핑을 해서 mp3에 넣어 듣던 그 시절에 갭리스 기능이 없는 기기로 노래를 들을때면 이 1초도 안되는 갭으로 인해 작품감상의 흐름이 자꾸 끊기곤 했거든요. 그러다보니 그 기능은 필수적이었어요.
그때 음반을 보면 인트로로 1분남짓한 짧은 곡으로 시작해서 인트로의 끝과 다음 곡의 시작이 연결되고, 그 곡의 마지막과 그 다음곡의 시작이 연결되고, 그런식으로 한 앨범이 통채로 다 연결되곤했고 인트로부터 시작해서 아웃트로까지 앨범 자체에 기승전결이 다 담겨있었어요. 한 곡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있었고 그게 모인 곡들이 또 하나의 기승전결을 만들었죠. 앨범을 부를때 n"집"이라고 하잖아요. 하나의 책과 같았죠.




글리머 앨범은 아주 착실하게 그 수준을 따르고 있습니다. 1분 남짓한 인트로 Sapphire로 앨범을 시작해요. 잔잔하게 시작한 이 곡은 점차 노이즈가 심해지며 볼륨이 커지고 Find my way로 곧장 연결이 됩니다. 이어서 Electric love와 Crawling back으로 고조된 분위기는 Insomniaque를 통해 한층 진정이 되었고 Beauty를 통해 아까만큼 고조되진 않지만 잔잔해진 분위기에 약간의 파동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Soundtrack for a getaway를 통해 인썸니아만큼 잔잔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차분했던 시작에서 점점 고조되어가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겟어웨이와 비슷한 진행이지만 좀 더 발랄한 Falling에서 완전히 쉬어가는, 고즈넉한 저녁느낌이 물씬 나는 Still life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을 앞두고 La petite mort에서 완전히 감정을 폭발시키고, 7분 25초라는 러닝타임의 Love in reverse로 앨범을 마무리해요. 러브 인 리버스는 전 트랙인 라 쁘띠 모트에서 폭발시킨 감정의 잔해를 비추는 것처럼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곡이고 가사 파트는 짧고 악기연주 파트가 더 길어요. 가사 없이 음악만으로 마지막 감정을 고조시키고 완전히 사라지면서(일종의 갈등 해소라고 느껴졌어요) 그렇게 앨범이 끝이 납니다. 따로 아웃트로가 있는건 아니지만 러브 인 리버스의 긴트랙과 그 안에서 진행되는 형식으로 대신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글리머는 앨범 한곡 한곡에서도 기승전결과 사연을 담고 있고, 이 곡들이 전부 모여서 또 하나의 이야기를 탄생시킵니다. 그래서 글리머는 절대 한곡만 따로 들을수가 없어요. Find my way를 들으려면 사파이어부터 틀어야하고, getaway를 들었으면 falling을 안들을수가 없어요. 한번 실수로 앨범 랜덤재생을 했는데 곡이 뚝 끊긴 느낌이 들어서 얼른 랜덤재생 해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들은적도 있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글리머는 정말 옛날스타일이고 지금 시대와는 정말 안맞는 앨범처럼 느껴지죠. 더군다나 스트리밍으로 듣는데 고음과 지르는 창법은 쉽게 피로해져서 다들 줄여가는 추세인데 글리머는 그런것도 없죠 Find my way랑 Electric love, Crawling back은 말해모해.. 그리고 음향효과가 들어가서 조금 덜하게 들리지만 레이첼이 연달은 녹음으로 고음이 안나오는 바람에 말벡까지 마시고 투혼한 Soundtrack for a getaway도 빠질수 없구ㅋㅋㅋ 고음 정말 많아요. 정말 옛날 스타일이죠. 그래서 정말 좋아요. 그래서 이 앨범을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이지리스닝시대에 지친 사람들과, 지나간 옛 시대의 음악에 향수를 느끼는 분들, 락의 부활과 시원한 창법이 그리운 분들, 20년 전의 음악의 유행이 돌아오길 바라는 분들에게 글리머는 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선물같은 존재라고 감히 말해보려 합니다. 어쩐지 그립고, 어쩐지 친근하고, 향수를 자극하는 11개의 트랙이 여러분을 그리운 그 시절로 데려다 줄 거에요.

그리고 여담으로, 7월 7일과 14일에 플레어라이트 공연이 있었는데 거기서 신곡 몇개 불렀는데 그 곡 역시 추억 가득 담았나봄 듣는데 눈물좔좔... 정확한 제목은 모르지만 가사에 stay with me가 나오는 아마 다음 앨범에 실릴듯한 곡 앨범 나오면 꼭 들어보시기..!

https://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kY6BY-J6AgXa5oZo3YWWwL2fNlsxY4hzc

Gli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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