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프로젝트: 예쁜 포장지에 싸인 예쁘지 않은 현실
개봉 당시 좋다는 얘기와 애새끼들 짜증난다는 평이 갈려서 감이 하나도 안잡히고 고민하다 안보고.. 색감예쁜 영화가 보고싶어서 며칠전 봤는데, 정말로 볼까 말까 싶은 영화는 어떠한 정보도 찾지 않는게 맞다구 생각함. 아예 보기로 마음 먹은 영화면 나쁜 평을 듣든 좋은 평을 듣든 볼테지만, 고민하는 중이라면 한쪽 방향에 무게를 싣는 타인의 의견은 최대한 피하는게 좋은거 같다. 어쨌든 보는건 나고, 보고난 후 감상도 오롯이 내것이기 때문에. 타인의 의견에 휘둘려서 접할 기회를 놓치는건 너무나도 아쉽고 놓쳤다고 해서 누구도 그걸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애새끼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아동혐오를 숨기지도 않는 저급한 인간들 때문에 이 영화를 고민한게 너무 아쉬운 시간들이다. 정말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다.
정성일 평론가 평까지 다 읽고나니 영화에 대해 내가 더이상 할 말은 없어서,(그래서 원래 영화 보고나면 후기 쓰기 전까지 아무것도 안찾아봄) 영화+평론의 후기 비슷하게 써보려고 함.
정성일 평론가 평은 여기에서↓ https://extmovie.com/movietalk/31497818
익스트림무비 - [플로리다 프로젝트] (스포) 엔딩에 대한 정성일 평론가의 이야기
extmovie.com
영화의 배경으로 알 수 있듯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타임라인에 있는 영화지만 빅쇼트를 봤음에도 난 저 사태를 온전히 이해를 못해서.. 그저 경제위기가 왔고 기업들이 파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집과 직장을 잃었다는 정도로만 이해를 하고 있다. 무니와 핼리도 그 여파로 인해 직장 없이 모텔에서 겨우 생존하고 있는 상황이고..
영화를 보고나서 안타깝고 슬펐던 것은 이 굴레를 끊기 위해 무니를 다른 가정에 입양하려고 한다. 아동을 보호해야 한다고. 영화 평을 읽고난 후에 나 조차도 그들의 최선의 선택은 무니가 위탁가정에 가야한다는 거라는 결론이 난다.
하지만 그러면 왜 아무도 핼리는 도와주지 않을까? 왜 핼리는 구제해주지 않지? 무니를 핼리에게서 빼앗아 무니에게 가난 대물림을 끝내고 이 아이를 평범하고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게 해주려는 노력은 좋지만, 핼리는? 핼리는 그저 아이를 뺏기고 끝이다. 핼리를 위한 손길은 어디에도 없다. 왜 핼리의 인생은 도와주지 않아? 왜 핼리가 무니만큼 어렸을때 그녀는 도움을 받지 못했지?
초반에 핼리를 무니의 언니로 착각할만큼 핼리는 어린 엄마이다. 겨우 20대 초반이나 됐을까? 무니가 핼리의 걸림돌이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니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보단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어리고 젊음을 패기로 뭐든 시도하기에 충분한 나이니까. 하지만 핼리는 무니가 있고, 무니는 핼리가 책임져야할 가족이다. 핼리 본인은 굶더라도 무니는 밥을 먹여야 하는 엄마이다. 그래서 핼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무니와 함께 생존하기 위해 향수를 팔고 물건을 훔치고 결국엔 몸을 파는 상황까지 간다. 무니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성매매를 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냐는 질문과 엄마의 자격이 있냐고 물을수 있겠고 이게 무니를 데려가려던 곧 아동복지국이 하던 말이긴 하지만 나는 핼리가 나쁜 엄마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핼리는 최선을 다했고 무니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했다. 힘들어하는 무니를 업고가고 무니 친구를 위해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가고 몸팔아서 번 돈으로 무니의 장난감을 사준다. 내가 본 핼리는 단 한번도 무니를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에 무니가 핼리의 짐이었다면 아동복지국에 무니를 뺏긴 핼리는 혼자서 자립 할 수 있을까? 더이상 챙겨야할 식구가 없으니 내 몸 하나만 건사하면 되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혼자였던 것과 딸을 빼앗기고 혼자가 된 상황이 핼리에게 과연 같게 다가올까? 앞으로의 핼리의 생존이유는 본인의 삶이 아닌 '무니를 되찾기 위한' 생존이 되겠지.
예전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노숙자에게서 개를 빼앗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개의 복지를 위해서. 개를 뺏긴 노숙자는 극도로 괴로워했고 개 또한 주인을 잃고 매우 힘들어 했다. 결국엔 그에게 개를 다시 돌려주었고 그들은 행복한 재회를 했다고 했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 라는 말이 과연 누구를 기준으로 하는 말인가. 입양된 무니의 삶이 환경적으론 나아지더라도 과연 엄마와 생이별을 한 무니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딸과 강제 생이별을 한 핼리가 책임질 가족이 없어 얼마든지 홀로 설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고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왜 두 사람이 함께 행복하게 더 나은 삶을 살 손길은 주지 않고 생이별을 시키고는 너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걸까? 그게 과연 정말로 그들을 위한 것이냐고 묻고싶다.
그나마 영화에서 바비라는 인물이 핼리에게 도움이 되는 어른역할로 나온다. 영화 내 유일한 정상인... 모텔 매니저인 바비는 핼리를 비롯한 모텔의 어린 투숙객들의 보호자처럼 행동한다. 무니를 찾아온 젠시의 할머니를 데리고 핼리를 찾아가고, 건너편 모텔의 요금이 올라 묵지 못하는 핼리를 위해 상황 수습을 하러 찾아간다. 아이들 주변을 서성이는 수상한 남자를 쫓아내고 매직패스를 도둑맞은 남자가 핼리를 찾아왔을때 둘 사이를 중재하며 일을 수습한다. 이때도 말만 들으면 중립인척 하지만 핼리 편을 들며 핼리를 최대한 보호하고 도와주며 그를 쫓아낸다. 핼리에게 아빠같은 잔소리도 하고, 사람들을 보호하려 애쓰고 전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사실 그도 한계가 있다. 그들의 보호자처럼 행동하지만 실제 보호자가 아니고 그도 고용되어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인지라 핼리의 방세를 빼줄수도 없고 직장을 구해줄수도 없다. 무니를 뺏기는 핼리를 도울수도 없다. 바비 또한 상황의 한계에 갇힌 인물처럼 보인다. 만약 바비에게 돈이 많고 권력이 있었다면 그의 이타적인 마음을 충분히 베풀수 있었겠지만 모텔은 바비의 것이 아니고 바비도 그저 모텔에서 월급받고 숙식하는 상황의, 핼리보다 상황이 쪼끔 나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런 마음을 지키는 바비가 정말로 좋은 사람임은 틀림 없다구 생각한다. 그리고 윌렘대포 너무 잘생겼어 핫대디..
이 영화의 불호 포인트 중 하나가 아이들이 너무 짜증난다는 것이었는데 애들이 짜증나게 굴긴 하지만 사실 정말 아이를 현실적으로 아이답게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다 저렇다.(물론 얘네는 좀 폭력적인 성향이 크긴 했지만 또 얘네 환경이..) 하지만 이런 아이들은 미디어에 잘 나오지 않는다. 어른들이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적인 아이가 아니니까. 우리 모두 저런 모습을 거쳐서 이 모습이 된건데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는건지 다들 아이들의 아이다운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의 어른스러운 모습만을 강요한다. 미디어에서 흔하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이라 처음에 낯설게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왜 이런 모습을 미디어에서 볼 수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하는 의미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처음에나 좀 그렇지 보다보면 귀여움.
여러 영화 평에서 이 영화는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되고 그렇기에 신나는 일만 가득하다고 했는데 기분이 제일 묘했던 장면이 수영복 셀카 장면이었다. 무니는 핼리랑 수영복 셀피 찍는다고 신났는데 사실 그게 핼리가 성매매 사이트에 올릴 자기 사진 찍는... 장면이었던거. 그 외에도 항상 엄마랑 같이 목욕하던 무니가 욕조에 혼자 앉아있는 장면이 문 밖에서 핼리가 성매매 하는 중이었다는 그런 것들. 잔인할 정도로 잘 만들고 아픈 영화라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