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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 Fux

어른이란 무엇일까

어릴적엔 나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많은 사람들은 전부 어른같았는데, 어릴적 보던 그 어른의 나이가 되면서 과연 어른이란 뭘까 하는 생각도 들고 궁금증도 든다. 이 생각은 미성년자에서 벗어난 스무살부터 생각했지만 여전히 어렵다. 어른이란 뭘까. 무엇을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지난달 10월 로저의 아웃사이더 앨범 발매와 함께 영국 투어를 했다. 투어 멤버에는 퀸버트의 스파이크, 닐, 타일러와 기타에 크리스, 키보드 및 퍼커션에 티나가 참석했다. 아웃사이더 투어를 위해 결성된 로저테일러 밴드는 9월 말에 영국으로 집합했다. 홀로 미국에서 온 타일러는 이 투어를 위해 9월 한달간은 외출도 자제하고 자가격리 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혹시나 자기가 외출했다가 코로나 걸려서 투어를 망치게 될까 두려워서..

아무튼 로저의 투어가 시작하기 직전인 9월 말에 타일러의 둘째 누나인 크리스틴의 슬픈 소식이 들렸다.. 인스타의 짧은 글로 소식을 알게 되었고 나는 감히  타일러의 그 상실감과 슬픔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가족에게 생긴 큰 비극이기 때문에 타일러의 거취가 걱정도 되었다. 투어는 일주일도 안남았고 정말로 내일모레면 시작해야 하는데 타일러는 가족상을 당했고, 그들은 미국에 있지만 타일러는 영국에 있다. 타일러가 미국으로 당장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타일러는 영국에서 로저의 투어에서 드럼을 맡아 성공적인 첫 공연을 치렀고, 드럼배틀과 Rock it 보컬까지 자기가 맡은 역할을 부족함없이 해냈다. 그리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타일러의 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들려왔는데.. 타일러는 로저의 투어 전부를 완벽하게 해내고 투어가 모두 끝난 후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타일러에게 일어났던 슬픈 일들을 보며 나는 그가 정말 '어른'이라고 느꼈다. 타일러는 이제 35살이다. 앞자리가 3밖에 되지 않았다. 사람을 100세 인생이라고 할때, 0부터 10까지 숫자를 나열했을때 3은 중간에 오지도 않는다. 초반, 중반, 후반으로 볼때 3은 초반에 위치하고 있다. 그렇게 아직 30대밖에 되지 않은, 긴 인생 여정의 초반을 걷고있는 35살의 타일러 워렌은 자신의 슬픔과 비극을 마주한 상황에서 책임감있게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비즈니스로 방문한 영국이었지만, 너무 큰 비극이 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어나버렸지만, 그는 영국에 남아서 자신의 일을 했고, 소홀히 하지도 않고 매공연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모든 일정을 완벽히 마쳤다.
공연을 하는 그 마음이 어땠을지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어떤 심정으로 드럼을 치고 노래를 했을지 모른다. 타일러의 상황은 양해를 구하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무도 욕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타일러가 정말 어른이구나. 이런 모습이 정말 어른이라고 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어른은 정말 힘들고 슬프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타일러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영국에 남아 한달동안 머무르며 공연을 할 수 있었을까? 내 슬픔을 가슴에 묻어두고 웃으면서 울지 않고 공연을 할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 어른이 되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보다 나의 책임이 우선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어른은 많이 힘들것 같다.
그래서 어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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