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펼치고 싶은 작은 새와, 새를 감당하기엔 너무 작은 새장의 현실.
나를 표출하기에 너무 작은 환경, 꿈을 사는 몽상가와 낡고 지친 현실의 충돌.
아직 하고싶은 것도 많고, 꿈꿀 것도 많은 크리스틴 레이디버드는 꿈을 좇아 발버둥치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은 부모의 모습으로, 친구의 모습으로 그를 가로막는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엄마가 밉고 원망스럽지만, 엄마라고 왜 그러고 싶었을까.
그 이상(理想)을 받아주기에 엄마는 너무 나이들었고 현실을 직면해야만 했다.
무작정 꿈만 꾸기엔 엄마에겐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레이디버드가 대학에 가며, 더이상 레이디버드가 아닌 크리스틴으로 돌아오며 이 숙녀 새의 날개는 꺾여버렸다.
어떤 사람은 철이 들었다, 치기어린 십대를 보낸 후 정신을 차렸다고 말하겠지만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레이디버드는 무엇도 되지 못하고 다시 날개를 접어야했다.
그녀를 품기에 새장은 너무도 작디 작았고, 결국 새장 속의 새는 접힌 날개가 자신의 전부라고 생각했겠지.
수십미터를 뛰어오를 수 있는 벼룩이 병 안에 갇혀 결국 병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 처럼.
레이디버드는 그 새장 안에서 수긍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그러니 이 영화는 비극으로 끝난다.
엄마가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딸이 원하는 '좋아해 주는 것'조차 마음대로 해줄 수 없는 그 환경이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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