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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틱, 틱... 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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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로켓맨,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이은 인생영화 찾음

요즘 넷플릭스와 갤탭이 틱틱붐 재생기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도 아주 뽕을 뽑은듯 하다

노웨홈 보고 앤드류 입덕 할랑말랑 하면서 틱틱붐 보고싶었는데

최적의 타이밍을 재느라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봤는데 정말 만족하고 갈수록 만족감이 더 커지는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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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는 '작곡가 이야기' 뿐이었는데 어쩐지 작곡가를 지휘자로 생각하는 바람에

오케스트라 연주 시작 전 지휘봉으로 보면대 두드리며 어텐션 하는 '틱틱'과 연주의 시작인 '붐!' 인줄 알았음

그ㄹㅣ고 완전히 틀렸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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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작하자마자 30/90으로 존나 뼈때려서 넘 아팠는데

그래도 굉장히 공감도 많이 가고 위로도 되는 영화였다

낼모레 서른인데 이때면 결혼하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애도 있고 강아지도 있을줄 알았는데

변변찮은 직업도 없고 다이너이서 알바하고 있고 뮤지컬은 제대로 될 지 안될지도 모르겠고

29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그 초조함에 공감도 가고 그걸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서른도 안늦었어 이런 스탠스가 여기저기 퍼지고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가 이십대가 아니면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굴었으니까

 

근데 그나마 조나단은 알바하면서 뮤지컬이라도 열심히 쓰고 있지.. 난 머하고있는겨 지금ㅋㅋㅋㅋㅠㅠ

29살까지는 서빙하는 작가지만 30살이 넘어가면 취미로 글쓰는 웨이터가 된다고 한 대사가 마음에 박혔다

조나단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나 포함)은 정말 많이 공감할 수 있고 또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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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 10번 보고 느낀게 완전히 위로는 또 안됨

조나단이 렌트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눈을 감은게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긴한데

슈퍼비아 잘 안되고 쓴게 틱틱붐이고 그 다음이 렌트라고 하던데

슈퍼비아 잘 안돼서 쓴게 틱틱붐이요,,,,? 네,,,,,,?

걍 흔한 천재 아녀......?

 

조나단의 커리어가 그의 이른 사망으로 꽃피기도 전에 끝나버려서 너무 안타까워서 잘 보이지 않았는데

슈퍼비아 안되서 나온게 틱틱붐..........?

이거 걍 흔한 천재 슈퍼스타 일대기 아님..........?

아니 저의 슈퍼스타 최애들도 1집부터 성공한분들 별로 없거든요 1집으로 이름 알리고 2집부터 크게 떴거든요

슈퍼비아로 뮤지컬계에 본인 이름 알리고 틱틱붐 성공하고 그 다음이 렌트......?

그냥 흔한 천재 아님..............?

조나단 선생님이 좀 더 오래 살아계셨으면 어떤 리빙레전드가 되셨을지 너무 궁금하고 안타깝고.........

근데 너무 천재잖아....ㅎㅎ.........

영화속 조나단한테 나 이입하면 안됨 그분은 천재시고 이 영화는 천재의 무명시절 다룬 내용임 무명시절엔 누구나 다 힘들어..! 근데 난 천재도 아냐! ༼;´༎ຶ ۝ ༎ຶ༽

 

 

04

틱틱붐은 정말 현명하게 잘 만든 뮤지컬이라는게 새삼스레 느껴졌음

슈퍼비아가 잘 안되고 조나단이 망연자실하고 있을때 로자가 한 말들이

'슈퍼비아는 너무 난해하고 비싸다', '다음 작품은 네가 잘 하는걸로 써' 였는데

그래서 배우(겸 보컬)셋과 밴드로 총 인원이 열명도 채 안되는 소규모 뮤지컬에다가

본인의 슈퍼비아 제작기를 담은 본인이 아주 잘 아는 내용으로 뮤지컬을 만듦

난 그동안 대극장용 배우들 스무명 넘게 나오는 대규모 뮤지컬만 보다가 이런 1인극에 가까운 소규모 뮤지컬 처음 봐서 너무 놀랐고 이런게 존재할수도 있구나 굉장히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틱틱붐 뮤지컬이 조나단이 배우로서 직접 참여한만큼 이 극을 라이센스로 올리면 어떻게 되는거지 좀 혼란스러웠는데 별로 심각할건 없고 '조나단 라슨'은 극의 작가이자 배우이자 '캐릭터' 임을 인지하면 크게 어려울것이 아님..

 

암튼 거기에다 본인의 이야기지만 또 모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극을 씀으로 조나단이 서른이 된지 30년은 더 지난 지금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30년이 지난 지금 나도 보고 공감을 하고 있고.. 시대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작품이 됨

 

그리고 안타까웠던게.. 나는 창작쪽은 잘 모르지만 작곡이 정말 어렵다고 느끼는데 존 또한 Come to your senses를 쓰려고 정말 많은 시간과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렇게 고생하며 애써 작곡을 했는데 뮤지컬이 오르지 못함으로 그렇게 열심히 쓴 곡들이 전부 빛도 못보고 묻혀버리게 되는게 정말 너무 안타까웠음. 로자가 쓰고 쓰고 또 쓰고 그렇게 계속 쓰다가 어느 하나 터지길 바라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가능해..? 작곡머신..?

잘 모르지만 글을 계속 쓰는것보다 작곡을 계속 하는게 더 어렵게 느껴지는데 그렇게 쓰고 버려지고 쓰고 버려지는 작곡.. 그게 어떻게 가능해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존은 틱틱붐의 스토리를 '슈퍼비아 제작기'로 만들면서 슈퍼비아를 위해 썼지만 빛을 보지 못한 곡들을 틱틱붐에서 빛을 보게 만들었고 그래서 굉장히 현명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사라지기엔 너무 아름다운 곡들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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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비아는 시대를 잘못타고난 작품인거 같음. 영화상에서 말하는 시나리오를 들어보면 완전 2020년대 이야기 아니냐고 스마트폰 시대에 sns로 타인의 삶을 염탐하고 행복을 비교하고 진짜 내 감정은 없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꾸미고 가장하는 시대... 엥 완전 지금이잖아요 조나단 선생님 어떻게 그때 30년뒤를 내다보신거에요

슈퍼비아가 남아있다면 다시 뮤지컬로 올렸으면 좋겠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해... 선생님 왜이리 빨리 가셨어요 렌트 성공하는거 보고 2020년에 지금이다 하면서 슈퍼비아 다시 올리셨어야죠༼;´༎ຶ ۝ ༎ຶ༽

 

 

06

바네사 허진스의 카레사는 대사도 몇마디 안나오고 영화 내내 노래만 하는데 진짜 세이렌이 실제로 있다면 이렇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목소리였다. 목소리에 홀린다는게 딱인거 같음 영화 끝나고 바네사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역할과 목소리였음.

 

 

07

근데 음악가의 자전적 이야기다보니 어쩔수 없겠지만 이런 예술가 영화들은 왜 항상 예술가 외의 삶을 의미없는 것으로 치부하는지 좀 모르겠음ㅎ... 존도 초반에 마이클이 자기네 회사에 추천해줄테니 일 잠깐 하라니까 자길 어둠의 길로 이끄냐 말하고 마이클은 걍 광고회사임;; 그러긴 했는데ㅋㅋㅋㅋ 다들 열심히 자기 맡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잖아요 왜 회사다니고 월급 잘 받고 성과 잘 내는 사람들을 패배자나 실패자처럼 표현하는지 모르겠음 그런거 이제 좀 식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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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시적인 가사를 좋아해서 이런 솔직한 가사들이 처음엔 조금 낯설었는데 (아마 뮤지컬이니 더 그렇겠지만) 듣다보니 이렇게 직설적이고 솔직하기 때문에 더 공감하기 쉽고 더 와닿고 더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도 느꼈다. 둘 다 다른 느낌으로 좋은 가사들이지만 솔직한 가사도 좋다고 생각을 바꾸게 해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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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마누엘 미란다 연출은 이번이 첨이라고 하셨는데 미친거 아니야 여기도 있어요 보이 지니어스.. 암튼 린선생님과 앤드류 오스카 노미 축하드리고 꼭 상 받으시길ㅠㅠㅠㅠ 멋진 작품 수면위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멋진 연기 멋진 노래 불러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