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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1&시즌2 후기 (극호★★★)

# 들어가며

드라마가 너무 맘에 들어서 할말이 진짜 많아서 이걸 나눠서 올릴까 하다가... 보기 쉬우시라고 번호를 매겨보았읍니다 6번과 7번의 음악과 시간부분은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간만에 정말 완성도 있게 잘 만든 작품을 봐서 기분이 정말 좋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캐릭터들이 답답하고 고구마인데 그것도 스토리상으로 전부 납득이 가기 때문에 결국 이 드라마에 흠이 있냐면? 없습니다. 그저 갓벽한 마스터피스. 시즌3이 제작중인것 마저 완벽함.


1. 은퇴한 히어로

작품의 시작이 되는 배경이 정말 재밌다.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아이들은 '어린시절'의 히어로였다. 어린나이에 히어로 일을 했으나 히어로를 그만둔 어른이 된 이들의 이야기. 보통의 히어로물에선 주인공이 히어로로 각성 하는 것이 그의 인생의 전환점, 그러니까 평범한 삶을 살다가 히어로로 각성하고 그렇게 히어로로서 새로운 삶을 (죽을때까지) 살아간다가 일반적이라면 이 드라마는 일찍이 히어로생활을 하다 은퇴한 자들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더이상 히어로 일을 하지 않는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그래도 보통 과거 히어로였다면 더이상 영웅행세를 하지 않아도 멋지게 살거라 생각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하나 멀쩡하게 사는게(그나마 앨리슨) 없는데 어른이 된 그들의 삶 마저 능력을 닮아있다. 능력을 닮아 평범하게 사는게 아니라 능력을 따라 망가져있다. 망자와 대화가 가능한 클라우스는 자신의 능력을 견디지 못하고 술과 약에 취해 재활원에 다니고,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앨리슨은 슈퍼스타의 삶을 살고있다. 경찰이 되고자 했던 디에고는 경찰에게 걸리적거리는 자경단 활동을 하고있고 강한 힘을 가진 루서는 달에서 하그리브스영감이 시킨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멋진 히어로였던 엄브렐라 아카데미의 아이들은 더이상 멋진 히어로가 아니다. 레감탱 당신의 계획은 다 틀렸어..


2. 불안정한 어른들

그리고 정상적이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서인지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어도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특히 시즌1화의 캐릭터들(레너드 포함)이 전부 불완전하게 자란 모습을 보인다. 대디이슈를 가진 루서와 루서에게 열등감을 가진 디에고, 세뇌를 사용해서 원하는 것을 얻고 결국 세뇌로 인해 결혼생활과 딸을 잃은 앨리슨, 약과 술에 중독된 클라우스, 애정결핍에 허덕이는 바냐. 그리고 하그리브스 가족은 아니지만, 바냐를 따라 온 하그리브스 저택에서 어린시절 자신이 유일하게 갖지 못했던 레지 하그리브스 피규어를 훔치는 레너드까지. 다들 불행하고 평범하지 못했던 어린시절로 인해 불완전하게 커버린 어른들이 되었다. 레감탱2222...


3. 가족드라마는 아닌거 같지

그리고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정확한 주제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은것이 또 재밌다. 해석할 방향이 여러가지가 있기때문에 여러 시점으로 볼 수 있어 재밌었다. 우선 종말을 막으려는 문제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하그리브스 가족이 중심이 된 이야기지만 이 가족들을 보면 그렇게 가족애가 커보이진 않는다. 이미 각자 흩어져산지 오래였고, 가족이 똘똘 뭉쳐 사건을 해결하지도 않는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싸우고, 파이브가 종말이 왔다고 외쳐대지만 다 각자 할 일 하러 간다. 말도 더럽게 안듣는다. 시즌2에서 겨우 원래 시간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겨 파이브가 개고생 하며 시간 맞춰 오라고 했더니 오지도 않는다. 슈내처럼 가족애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도 아니고, 하지만 그렇다해서 그렇게까지 척지는 사이도 아니고. 적당히 아끼긴 하고 필요할때 적당히 도움이 되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이라고 유별나게 굴지도 않고 "적당히" 한다. 정말 인간적인 가족의 모습이다. 픽션 세계니까 과장할수도 있는데 정말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이라 생각했다. 아마 종말이나 가족은 부차적인거고 캐릭터 하나하나 개인의 성장이 중심이 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곱명의 비중을 적절히 잘 배분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파이브랑 바냐가 중심인거 같긴해^^


4. 작품에 드러난 사회이슈

그리고 작품이 사회이슈를 다루는 방식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내가 느낀것들만 해도 가스라이팅, 동성애, 대디이슈, 흑인 차별의 역사, 그리고 전혀 불편하지 않게 다룬 성평등 관련 문제.
바냐를 대하는 레너드의 모습은 가스라이팅의 교과서와 다름없었는데 결국 바냐가 스스로 그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고 레너드는 인과응보 당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레너드가 전형적으로 나와서 그렇지 레감탱도 바냐한테 가스라이팅 엄청 했잖아. 가스라이팅의 피해자였던 바냐가 이겨내고 결국 벗어나며 성장하는 모습이 좋았다.
클라우스와 바냐의 동성애 이슈도 불편하지 않게 잘 다뤘고, 루서의 대디이슈와 성장은.. 사실 잘 모르겠음. 루서가 레감탱에게선 벗어났지만 스스로 일어선게 아니라 레감탱을 대체할 다른 아빠를 찾은것 같아서. 루서의 성장은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게 다룬게 좋았다. 넘버원이라는 칭호를 달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배신당한 가엾은 루서. 거대한 덩치와 넘버원이라는 이름을 보면 모든면에서 완벽한 리더라고 느껴질테지만 사실은 여린 마음의 첫째아들. 캐릭터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60년대로 떨어진 바람에 강제로 마주하게 되어버린 흑인차별의 역사. 여기에 저항하는 무리의 중심에 앨리슨이 있다는게 그의 성격도 잘 보여주고 이 문제를 짚고 가는 것도 좋았다. 단순히 이런 과거가 있었죠~ 하는식이 아니라 미국이 행했던 인종차별의 역사와 저항하는 흑인사회의 모습을 잘 다뤘다.


5. 완벽한 여성 캐릭터 활용

그리고 여성캐릭터의 활용을 굉장히 잘 했다고 생각했음. 이건 정말 박수쳐줘야됨.
헤이즐과 아그네스의 사랑이 미디어에선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라 처음에 낯설게 느껴졌는데 사실 성별만 바꾸면 미디어가 뭐야 현실에서도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나이 많은 남자와 젊은 여자의 사랑. 정말 이상하지만 정말 흔하다. 그러나 여기에선 그 성별을 바꿨다. 나이 많은 여자와 젊은 남자의 사랑. 하지만 가벼운 사랑이 아니고 헤이즐은 아그네스가 세상을 떠날때까지 그녀와 함께한다. 단지 성별만 바꿨을 뿐인데도 불편하지 않고 아름다웠다.
또한 헤이즐과 차차 콤비도 여성요원과 남성요원이었지만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똑같이 싸웠고 똑같이 잔인했고 똑같은 요원이었다. 오히려 차차가 더 잔인하고 헤이즐이 더 여린 모습을 보였고. 둘은 똑같은 요원이었고 그저 성별이 다른 요원일뿐. "여성"요원임을 전혀 강조하지 않았고 그게 너무 맘에 들었다.
여성요원이나 여성캐릭터면 흔하게 나타나는 미인계따위도 없었고, 차차와 라일라 모두 진지하게 육탄전을 벌였고 싸움의 상대도 여자라고 봐주는거 없이 똑같이 싸웠다. 차차와 디에고, 라일라와 파이브 등. 그리고 여성 파이터들도 남자 못지않게 그들과 똑같은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잔인하기 짝이없는 여성 보스 핸들러.

이렇게 완벽한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텔링이 또 있을까?


6. 락스타 원작자 클라스- 완벽한 음악 사용

그리고 음악을 정말 적절하게 잘 사용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건 파이브의 싸움에서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가 배경음악으로 나왔는데 사용된 음악은 빌리 버전이 아닌 다른 가수의 버전이었다. 필요한 음악을 사용하지만 원곡이 아닌 작품과 장면에 더 잘 어울릴 곡으로 선택해서 넣었다는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드라마의 첫 시작: 시즌1 1화는 바냐가 연주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메들리로 문을 연다. 오페라의 유령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뮤지컬이라 이 넘버들을 여기에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 고민을 해봤다.
우선 오페라의 유령의 대표적인 두 캐릭터는 '팬텀'과 '크리스틴'이다. 팬텀은 오페라 극장의 오래된 공포의 존재이다. 극장의 사람들은 팬텀을 두려워하며 그를 위해 발코니를 항상 비워두고, 일정 금액을 매달 바친다. 팬텀은 그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써주고 그들은 팬텀이 준 새로운 작품으로 극을 올린다. 극장 사람들에게 팬텀은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도움을 받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라울의 등장 이후)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팬텀의 요구를 거절하고 그를 이기려하다 도리어 사람들이 죽어나고 자기들 꾀에 넘어가버린다.
바냐는 팬텀과 비슷하다. 바냐의 능력은 레지널드 하그리브스를 두렵게했고 그 두려움은 바냐를 제어할 감옥을 만들고 바냐의 기억까지 지워버린다. 바냐에게 항상 약을 먹이며 능력을 봉인시켰고 형제들은 능력도 없는 바냐를 무시하고 귀찮아한다. 바냐는 가족의 두려움과 귀찮음의 대상이었고, 하그리브스 남매들이 막고자 애쓰던 종말은 그들이 무시하던 바냐로 인해 시작이 된다. 레감탱이 두려워해 봉인하고 막으려고 애썼던 종말을 결국 바냐가 불러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 크리스틴은, 아버지를 잃고 극장에서 일하며 아버지가 보내준 음악의 천사에게 의지하며 살아왔다. 새로운 사랑 라울에게 무시당하고(오페라의 유령은 없다고 크리스틴 말을 안믿어줌) 팬텀과 라울 사이에서 휘둘리며 괴로워하고 고생을 하지만, 마지막에 올가미에 걸린 라울을 구하고 팬텀을 쫓아내는건 크리스틴이다. 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처럼 느껴졌던 크리스틴은 (팬텀이 강제로 넘긴 선택권이지만) 그녀의 힘으로 자신과 라울을 구원하고 팬텀을 해방시킨다. 크리스틴은 결정권을 가진 자신 인생의 주체가 된다.
가족들의 무시와 아버지의 가스라이팅으로 애정결핍과 인정욕구에 평생을 시달려온 바냐는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며 바냐를 이용하고 가스라이팅 하던 남자친구를 물리쳤고 스스로 우뚝 선다. 물론 잘 보면 아직 해결된건 없다, 가족들과 온갖 갈등을 갖다 극장에서 그 난리를 겪고 종말을 피해 시간여행을 했더니 바냐는 모든 기억을 잊어버리고 끝에서야 겨우 기억을 되찾는다. 바냐는 또한번 폭주하려 했지만 벤의 희생으로 겨우 진정이 되고, 진실한 대화를 할 시간도 없이 핸들러와 커미션과의 싸움이 있고... 바냐가 스스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었다 하기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바냐는 자신을 괴롭히던 오랜 과거를 이겨내고 크리스틴처럼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페라의 유령 메들리에 사용된 곡은 a phantom of the opera - angel of music - think of me - music of the night 로 이어지는데, angel of music에 대해서 보자면 크리스틴의 아버지 구스타프 다에가 세상을 떠나면서 그녀에게 '음악의 천사'를 보내주겠다 했고 크리스틴은 그가 보내준 음악의 천사(사실은 팬텀)에게 크게 의지한다.
아버지 레지널드 하그리브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하그리브스 남매들은 아버지가 남긴(보내준) 유산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한다. 그게 '종말'이었지만...


7. 시간은 건드리지 마라!

사실 나는 시간여행물 정말 안좋아하는데.. 이건 어릴적 그리스 로마 신화 볼 때도 생각했지만 신탁이든 회귀든 미래에 발생할 '그 사건'을 막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하는 노력들이 결국 그 일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대부분 그렇다. 그렇게 때문에 사실 미래를 바꾸는 최고의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괜히 일어날 결과를 막는다고 설치는건 그 결과로 향하는 속도에 박차만 가할뿐이다. 어? 어디서 많이 본건데? 시즌1에서 전부 파이브가 한거잖아?

시즌2 1화에서 과거로 떨어진 파이브는 핵폭발과 그에 맞서 싸우는 자신의 남매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는 너무 늦었고, 이들은 1분 뒤 죽을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고, 그래서 파이브는 미래를 바꾸려 과거로 돌아간다.
하지만 터지는 핵을 마주하고 있는 남매들에겐 그곳이 현실이었고, 그들에게 파이브는 이제서야 나타났다가 또다시 사라진 원망스러운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들은 금방 죽었을테니 그 원망이 그리 오래 가진 않았을테지만.

이전에 슈퍼내추럴을 보면서 썼던 비슷한 글이 있는데, 슈퍼내추럴 504나 814를 보면 과거의 사람이 미래에 도착해서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서 원인을 해결하면 이 미래가 사라질 것/바뀔 거라고 하는 장면들이 있다.
하지만 이건 지극히 주인공 당사자 입장에서의 이야기다.
그 주인공(딘/딘 할아버지)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자들에겐 그곳이 현실이다.
여기 엄브렐라 아카데미에서 보자면, 저 생각은 지극히 파이브 입장에서의 이야기라는 것.

https://arizonaropa1.tistory.com/10

 

812과 504의 관련성

812 As time goes by 에피소드 볼 때 504 퓨처 에피 생각나면서 좀 묘했던게 있었다. 504 퓨처에피에서 퓨처 세계관은 현재 딘에겐 가상의 세계이고, 딘이 본래의 시간으로 돌아가서 다른 결정을 통해

arizonaropa1.tistory.com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도 이런 시간여행 내용이 나온다.
에인션트 원은 미래에서 온 브루스 배너에게 스톤을 주는것을 거부한다. 그는 스톤을 주며 과거를 건드린 이상 과거는 더이상 당신이 알고있는 미래가 아닌 전혀 다른 길로 가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브루스 배너는 모든걸 되돌린 후 바로 이 순간으로 돌아와서 스톤을 돌려주겠다고 한다. 그럼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고.
결국 에인션트 원은 브루스에게 스톤을 줬고, 그는 스톤을 가지고 미래로 떠났고, 결국 다시 돌려줬지만 브루스가 떠난 후 에인션트 원의 시간은 똑같이 흘렀고 그는 다른 갈래로 나아가는 시간의 길 위에서 스톤 없이 빌런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시즌1 6화에서 모든 일이 제대로 풀렸다. 디에고는 엄마와 함께 외출을 했고, 루서와 앨리슨은 어릴적 못다한 춤을 함께 췄고, 클라우스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데이브를 만났다. 바냐는 침대밑에서 레지널드 하그리브스의 책을 발견하며 레너드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모든게 잘 풀렸는데, 파이브가 그 완벽한 날 아침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그 모든 것이 어긋나버렸고 결국 그 모든게 꼬리를 물고 종말을 초래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파이브만 안돌아왔으면 종말도 안 일어났을 것.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길 바란다면 그냥 가만히 있는게 최선이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 과거로 돌아가는 경우, 과거에서 본인이 건드린 것 때문에 미래(현재)의문제가 발생한게 대부분이더라. 시즌2 마지막화를 봐. 60년대에서 난리치고 온 덕분에 엄브렐라 아카데미는 어디가고 스패로우 아카데미가 있어요ㅠㅠ

두 파이브가 만나는 장면 또한, 과거나 미래로 시간여행은 오롯이 시간여행 당사자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이기적일수가 없다. 시즌2에서 하그리브스 남매들은 라일라도 특별한 아이중 한명임을 깨닫고 라일라의 생일이 1989년 10월 1일임을 말하며 그녀를 설득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라일라의 부모는 파이브가 죽였다. 라일라와 같은날에 태어난 파이브가. 그러니 시간을 펼쳐놓고 보면, 사실 라일라는 자신의 친부모님과 함께하며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을거다. 하지만 파이브가 과거로 돌아가 그녀의 부모를 죽이며 라일라의 시간은 (에인션트 원이 말한것과 같이) 다른 갈래로 뻗어나갔고 행복했던 삶은 사라져버렸다. 이런 부분들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모르겠지만, 파이브의 나이가 58살이라는걸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파이브의 몸은 시공을 초월해 움직였지만, '그의'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파이브는 형제들보다 45살은 더 먹을수가 있는거고, 60년대에서 만난 중년의 파이브보다 14일이 더 많을수가 있는거다.
파이브가 58년을 살았다면, 그가 28년 전(시즌1 1화)으로 점프하기 전에 그의 형제들도 58살이 되었을거다. 아 맞다, 종말이 와서 다 죽었지? 라일라도 그럼 죽었었겠다.
그럼 사실은 알고보면 파이브가 밥상머리에서 뛰쳐나간게 종말을 불러온걸까?

아무튼, 시간은 건드리지 마라.

8. 변태같은 제작진

제작진의 변태적인 면모에 감탄한게 있는데 그건 바로 시즌1 6화와 7화의 대비.. 진짜 이들의 변태력에 놀라서 박수치고 감탄함.
위에서 언급한것과 같이 시즌1 6화에서 이들은 각자 완벽한 결말을 맺었다. 그들은 대화를 했고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엄마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갖던 디에고는 엄마와 함께 외출을 했고,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했던 루서와 앨리슨은 함께 춤을 추고 클레어에게 '함께' 가기로 한다. 오랜시간 데이브를 그리워한 클라우스는 스스로를 결박하고 약을 중단하는 고생끝에 데이브를 만나고, 비뚤어진 사랑을 하던 바냐는 그 관계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 그렇게 모든것이 완벽하고 행복했는데.. 파이브가 그날 아침으로 돌아오며 다시 시작된 하루는, 6화의 밝은 분위기와 정반대의 결말을 맞는다. 아버지를 위해 달까지 가서 헌신했던 루서는 자신의 노력이 무의미했다는 것을 알고 실망한채 클럽에 가서 이성을 잃고 그런 루서를 걱정해 따라간 클라우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머리를 잘못맞고 반죽음 상태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온다. 디에고와 앨리슨과 파이브는 바냐 남자친구의 뒤를 좇다 그의 정체를 알게되지만, 파이브는 부상으로 치료를 받고, 디에고는 패치형사를 살해한 혐의로 그를 잡으러온 경찰들에게 잡혀 감옥에 갇힌다. 바냐는 폭행을 당한 레너드를 보며 폭주하고, 앨리슨은 홀로 바냐를 좇게된다. 6화와는 전혀 다른 비극과 어두운 분위기로 7화는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분위기를 더욱 가중시키는 사운드트랙 Radiohead의 'Exit music(for a film)'까지.
https://youtu.be/FapBH3j6WoA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변태적이고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것은, 극 중 누구도 6화의 행복한 하루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시간을 돌린 파이브조차. 그 누구도 이 하루가 행복하고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다는걸 알지 못하고, 모두가 어두운 시간을 달리고 있다. 그러니까, 그 행복한 신기루와 같던 하루를 아는것은 오로지 '시청자들' 뿐이다. 행복했던 시간을 보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게 시청자들 뿐인거다. 달콤함을 먼저 맛보여주고 7화에서 곧장 달콤함을 잊을만큼 쓴 절망을 줬는데 이 절망이 그들의 현실이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만이 그 달콤함을 기억한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절망이라는 것... 세상에 이런 변태를 보았나.


간만에 생각할 것도 얘기할 것도 많은데다 재미까지 있는 작품을 만나서 기분이 정말 좋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워서 미워할수가 없다. 사고만 엄청 치고 바람잘날이 없는 개노답 내새끼들.. 시즌3에선 또 무슨 사고를 칠지 걱정이 앞서지만 너무 기다려진다. 그리고 예쁜 내새끼 클라우스 머리 좀 자르자... 지금도 예쁘긴한데.. 시즌1 짧은머리 돌아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