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보기 전부터 말이 많은 작품이었던 것은 알고 있었다. 주인공은 너무나도 티피컬한 미국인으로 이기적이고 자기만 알고 자기가 누리는 특권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파리지앵들은 현실고증이 잘 된 짜증나는 놈들이라고ㅋㅋㅋ 마침 보던 시리즈도 다 보고 새로운 작품 찾던 찰나 파리도 보고싶고 여행도 가고 싶고 해서 선택했다. 그리고 1화 재생후 10분만에 남들이 욕하던 포인트를 직접 그대로 느낌ㅋㅋㅋㅋㅋㅋ
불호 포인트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에밀리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파리, 언어가 다른 나라로 출장을 오면서(그것도 단기가 아니고 1년씩이나!!) 그 나라 언어는 단 하나도 모른채 온다는 것부터가 말도 안될뿐더러 얼마나 세상 살기 편한 제1세계 기득권 미국인인가.. 싶었다. 당당하게 프랑스어 하나도 모른다며 영어를 쓰고, 동료 직원들이 영어를 쓰는건 정말로 그만을 위한 배려임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배려를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그 외에 시카고의 자기 회사에서의 규율을 그들에게 들이미는 부분들은 활기있고 의욕적인 회사원이라기보단 제멋대로에다 이기적이고 눈치도 없는 캐릭터로 비춰졌다. 이곳은 층 수를 이상하게 센다고 하거나, 레스토랑에서 손님은 왕이라며 쉐프를 부르거나(물론 이건 파리지앵도 싸가지가 없었음ㅋㅋ) 날짜 세는게 이상하다고 따지거나.. 미터법도 안쓰는 미국인이 할 말인가? 하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고 어느정도는 에밀리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적어도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려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맞건 틀리건 그들의 문화를 알지도 존중하려 하는 모습도 없이 자신이 살아온 미국의 법이 무조건 옳고 이것을 파리에 적용시키려는 모습은... 글쎄?
물론 에밀리가 틀리지 않은 것도 있다. 가령 2화나 3화에서 언급했던 남성형, 여성형 단어들. 섹시인가 섹시즘인가. 이런 주제는 확실히 에밀리가 맞는 말을 했다. 하지만 에밀리가 위에서 보인 행동들이 그의 말의 진실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500가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면 안됩니다."라고 말을 한다면, 그게 맞는 말일지라도 "네가 그런 말을 할 사람이야?"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에밀리의 모습이 그랬다. 옳은 말을 함에도 말에 힘이 실리지가 않고 실릴 수가 없었다. 사람이 자신의 말에 힘을 가지려면 행동부터 본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사람은 말뿐이 아니라 행동을 포함하여 다면적으로 평가하게 되니까.
그리고 좀 애매하다고 느낀 것은, 파리로 이사가면서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emilyinparis로 변경하는건 잉그리드 고즈 웨스트(한국개봉명 언프리티 소셜스타)를 떠올리게 했고 일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하고 좋아요수와 팔로워 수를 조명하는건 드라마 셀피를 떠오르게 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을 활용하는 연출이 되게 애매하게 느껴졌음. 이걸 분명 활용하는건 맞는데, 중요한건 아니고, 그렇다고 안중요한 것도 아니고. 극중 에밀리는 마케팅석사를 가지고 있고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데다 미국인인 그가 주로 활용하는 마케팅 수단이 SNS인건 알겠는데... 갑자기 늘어나는 팔로워수나 팔로워 2자리수에서 파리사진 몇장으로 갑자기 인플루언서가 되는 건 너무 말이 안되는 느낌. 물론 러닝타임이 짧은 드라마에다 인스타그램이 중요한게 아니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너무 애매하게 건드는 느낌? 아예 SNS가 주제도 아니고.. 그런데 없어서도 안되는건 맞고...
소셜미디어를 건드리는 부분에선 셀피나 잉그리드 고즈 웨스트가 나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둘은 아예 주제가 '소셜미디어'였고 에밀리인파리스와는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그리고 이건 불호까진 아닌데, 배경이 파리이다 보니.. 드라마내에서도 파리는 낭만, 불륜은 일상 이런 느낌으로 다루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에밀리의 남성편력ㅋㅋ을 보면서 처음엔 뭐야, 이게 뭐야, 이래도 돼??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중엔 걍 생각없이 보게 되었다. 가브리엘이랑 썸타는거 같은데 새로운 남자가 말을 건다? 아 얘랑 섹스하겠네. ㅇㅇ섹스함. 그리고 가브리엘이랑 키스하고 또 다른 남자 등장한다? 아 얘랑 섹스하나? ㅇㅇ키스함. 애인있는 남자와 썸은 타지만 다른 남자랑 키스도 하고 또 다른 남자와 섹스도 하고... 파리는 불륜의 도시인가? 이게 파리의 낭만인가?ㅎㅎ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았던 것
시작부터 맘에 안드는 부분이 너무 많은 탓에 내가 릴리 얼굴이랑 파리 배경때문에 이거 보지 어휴 어떻게 2020년에 이런게 존재할수가 있지? 하고 충격먹고 3화까지 보고나서 리뷰 제목 [에밀리, 파리에 가다: 2020년대에 이런게 존재하다니] 라고 미리 지어놨었음. 하지만 지금의 제목으로 바꾸게 된 이유가 있는데, 드라마가 정말로 나같이 갈등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최고의 드라마였다.
좋게 말하면 이거고 나쁘게 말하면 진짜 단순하고 알맹이 없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난 이 점이 맘에 들었으니까 좋게 말하려고.
뭐든 이야기가 진행이 되려면 갈등은 필수적인 요소이고 그 갈등이 해결되는 것이 이야기의 결말인데 나는 유독 그 갈등을 보기 힘들어하는 편이다. 갈등이 시작되면 너무 속이 답답해지고 목이 타고 이게 해결되기 전까지 불편해하는, 갈등을 견디는데 어려움이 큰 편이다.
물론 이 드라마에도 갈등이 발생하긴 한다. 그런데 다른점이라면, 갈등이 발생은 하나 그 갈등이 전부 큰 문제 없이 금방 해결된다. 갈등이 발생한다 → 에밀리가 나선다 → 일이 잘 해결된다. 30분도 안되는 한 에피소드 안에서 모든 갈등이 저런식으로 해결이 된다. 그러다보니 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에밀리가 해결하겠지~ 하고 별 생각이 없어지고, 역시나 에밀리가 나서서 해결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 갈등을 못보는 나같은 사람에겐 정말 가볍게 보기 정말 좋은 드라마이다. 게다가 자길 대놓고 싫어하는 상사 앞에서도 웃으면서 잘 지내는 에밀리의 단단한 멘탈과 생각없는 해맑음까지 더해서 정말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인스턴트 드라마로 정말 최고의 느낌. 욕인지 칭찬인지 애매하지만 난 그래서 좋았으니까 칭찬이다.
드라마 시작할때만 해도 이게 시즌2가 확정이라니 이런걸 왜? 이런 생각이었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나름 정을 붙였더니 시즌2도 파리의 아름다운 풍경 감상하며 생각없이 보기에 너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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