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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블랙 위도우 후기: 마지막 1세대 어벤저스를 보내는 찬사



마지막 1세대 어벤저스이자 엔드게임에서 어이없게 가버린 내사랑 블랙위도우 나의 나타샤 로마노프의 처음이자 마지막 솔로 영화가 나왔다.. 시기적으로도 늦었고 내용적으로도 너무 늦었는데 영화야말로 엔드게임 이후 나온 영화중 제일 완벽하고 재밌어서 정말 안타깝고 속상했다.

엔드게임 이후로 나온 마블 작품들이 엔드게임 똥치우느라 얼마나 망가지고 얼마나 수습이 안되는지 그래서 내가 그 이후 작품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굳이 말하는게 시간낭비일 정도로 안좋아하는데, 블랙 위도우는 시빌워와 인피니티워 사이의 시간대를 다룬 작품이다. 그래서 그런가 엔드게임 똥치우기 미션에서 빠져서 그런지 블랙위도우라는 캐릭터 자체에 집중할 수 있었고 여러모로 재밌었다. 스칼렛이 제작에 참여했고 감독도 여자 감독인데다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 특성상 여자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더 재밌었음.

항상 다른 캐릭터 단독 영화에 조연으로, 단체영화의 일원으로만 나오던 나타샤를 온전히 집중하고 이 캐릭터가 가진 서사와 인생을 조명한 내용이었고 정말로 꼭 필요한 영화였다. 단편적으로만 비춰지던 나타샤 로마노프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들과의 관계가 있었는지 그동안 알 수 없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그녀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는데... 이렇게 알게되자마자 헤어져야 한다니 이게 무슨말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 파이기 대가리 박아
사실 그동안 나의 최애 어벤은 부동의 토니 스타크였는데, 블랙위도우를 보고난 후 완전히 나타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나타샤가 내 최애가 되지 못한것은 그녀가 싫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그녀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대해 서술하기엔 분량이 너무도 적었고 기회도 시간도 없었다. 다른 멤버들 트릴로지가 나오고 팀업무비가 4편까지 나오고 나타샤라는 캐릭터가 죽은 이후에야 나온 첫 솔로영화라니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니 이게 대체 뭐하는짓이지? 아마 블랙위도우 영화가 이렇게 제일 마지막 순간에 나오는게 아니라 어벤저스1이 끝난후, 적어도 다른 캐릭터들과 시기를 맞춰서 나왔더라면 아마 내 최애는 토니와 냇 둘이 되지 않았을까? 너무 늦게 나왔고 10년이란 시간동안 그들의 게으름 때문에 우리는 냇을 사랑할 시간을 뺏겼다.


제목에서 '찬사'라고 표현한 이유는 1세대 어벤저스의 마지막 영화답게 그들에게 예의를 갖추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1세대 어벤저스, 아이언맨 / 캡틴아메리카 / 토르 / 헐크 / 호크아이 / 블랙위도우 이 여섯중 셋은 사실상 사망한 상태이고 토르는 4가 나온다지만 제인으로 바뀐다는 소리가 있고, 호크아이도 드라마 제작중이지만 케이트비숍으로 세대교체 예정중이고 헐크는... 시발롬아 헐크 돌려내 타이카랑 루소놈들아 내 헐크 캐붕 어쩔거야 대가리 박아༼;´༎ຶ ۝༎ຶ`༽
아 아무튼.. 아무튼 어벤저스의 시대를 연 메인 주인공 여섯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고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1세대 어벤중 한명인 블랙위도우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영화가 나왔고, 1세대의 막을 내리고 문을 닫는 역할을 이 영화가 하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에서 쉬지않고 원년멤버들을 오마주하고 있는데, 그런 장면 하나하나들이 나처럼 원년멤버 못놓고 슬퍼하고 우울해하고 있는 팬들을 향한 선물이고 그들만의 작별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레드 가디언이라는 슈퍼솔저가 등장하는데, 그의 유니폼은 캡틴아메리카를 떠오르게 한다. 아예 태스크마스터라는 타인의 능력과 기술을 카피하는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원년멤버를 떠오르게 하는 액션들도 계속해서 등장한다. 레드룸에서 레드가디언과 태스크마스터가 칼을 들고 근접전을 벌이는 것은 캡틴아메리카2에서 캡아와 윈터솔저가 칼을 들고 벌였던 근접전과 똑같은 액션이었고, 방패를 사용하거나 활을 사용하는 것은 캡틴아메리카와 호크아이를 떠오르게 한다.
나타샤가 드레이코프를 심문하며 정보를 빼내는것은 어벤저스1에서 로키에게 정보를 빼내던 나타샤와 겹쳐보이고,(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레드룸을 추락시키려 터빈을 부수는 것은 어벤저스1에서 터빈이 멈춰 헬리캐리어가 추락하던 장면과 겹쳐보인다. 그리고 위도우의 기술이니 당연히 같은 기술을 쓰는거겠지만, 어벤저스 시리즈 내에서 나타샤만이 보이던 액션들을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보이고 있다. 이런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오마주들은 아직도 원년멤버 붙잡고 울고있는 나같은 사람들에게 선물이고 위로가 되었다구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좀 위로받는 느낌이었음ㅠㅠ


그 외에도 여성주연 영화라는 점과, 수많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활약하는 내용들이 정말 즐거웠다. 다양한 모습의 여성 캐릭터들과, 물리적으로 치고박고 타격감 느껴지는 여성캐릭터의 액션들이 정말 좋았음. 페미니즘 요소는 말할것도 없고. 이걸 보고 자랄 어린 여자아이들이 정말 부럽고 질투날 정도였다.

1세대 어벤저스의 마지막 영화가 피씨함도 갖추고 페미니즘도 갖추고 재미까지 갖춘 완벽한 영화라서 정말 좋았고, 완성도도 있는데다 오마주를 통한 1세대 어벤저스를 향한 찬사를 보냄으로 이 영화는 1세대 어벤저스의 막을 내리는데 있어 정말 딱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나타샤 로마노프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솔로 영화인 것에 대해선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차라리 트릴로지를 만들어서 마지막으로 막을 내리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고. 작별에 있어 정말 완벽한 순서였지만, 이별에 있어서는 정말 최악의 순서라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