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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난 이 영화 볼 때마다 왜이리 눈물나는지 모르겠어ㅠ

 


0. 영화를 보게 된 경위

1. 딱 작년 이맘때 인스타에서 어떤 유튜버들이 기장 성대모사 하는걸 봤고
2. 그대로 유튜브 가서 실제 기장들 영상을 찾아보다 관제탑 교신영상을 보게됐고
3. 그렇게 n시간을 보다가 문제의 허드슨강 사건 당시 설리 기장과 관제탑의 교신영상까지 보게되었고..
4. 그렇게 영화를 보게됐다.

(여담으로 무전이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긴 했지만 허드슨사건 교신 같은 경우는.. 실제 사고 사건인데 이렇게 음성이 떠돌아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음. 만약에 정말 최악의 상황이 나타났다면 [마지막 교신] 이런 제목으로 돌지 않았을까. 도의적으로 이래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애초에 항공사 무전이 어떻게 밖으로 유출이 되는건지)

 


1. 정말 좋았던 점들

비행기가 이륙하고 사고 후 비상착수까지 단 208초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 208초를 어떻게 1시간 30분으로 녹여냈을까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았나 싶었는데... 크으 역시 동림옹.... 최고였습니다.
소재가 소재다보니 얼마든지 자극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고 사고와 구조만으로 1시간 30분을 꽉 채울수도 있었을텐데 그러지 않았고 이 사고를 둘러싼 모든것에 집중하는 영화였다. 사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사고가 메인디쉬가 아닌 그런 느낌...

 


먼저는 비행기에 탄 사람들, 생존자들을 뭉뚱그려 비추는게 아니라 그 한사람 모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한 개인이라는 것을 비춘다. 사고가 특별한 날에 일어나는게 아니고 사고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게 아니다.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다. 출장을 왔다 돌아가는 남편, 오랜만에 겨우 여행을 떠나는 아버지와 아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엄마와 딸, 오늘도 언제나와 같이 출근해서 비행기를 운전하러 가는 기장. 모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각자의 인생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 마지막 쿠키영상에서 실제 생존자들이 등장하며 자신이 몇번석에 앉았던 사람이라 말하는 장면들까지 그 사람들 모두가 소중한 존재들임을 비추고 있다. 액션영화에서 흔하게 죽어나가는 엑스트라1이 아니라 모두 개인의 삶이 있는 존재들임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는 것.

그리고 영화는 생존자들의 입장에서만 영화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고와 연관된 모든 이들을 통해 다각도에서 사고를 바라본다. 비행기에서 탈출하는 생존자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들을 구조하는 선박과 헬기 입장에서 사고를 바라본다. 그들이 어떤 하루를 시작했고, 어떻게 비행기를 발견했고, 그들을 구조하기 위해 다들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비행기와 계속해서 교신을 시도하며 끝까지 그들을 살리려고 노력한 관제탑 송수신사 입장에서,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운전한 조종실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사고를 바라본다. 이륙부터 구조까지 한번에 연결해서 연출할수도 있지만 시점을 분할해서 여러 방향으로 이 사고를 조명하며 이 사고에 엮인, 탑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애쓴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있다. 단순히 오락영화가 아니라 정말로 헌정하는 감동이 있는 연출이었다. 이런 연출을 통해 얼마나 더 상황이 위급했고 급박했으며 그들이 얼마나 멋진 대처를 했는지 느낄수 있었다.


2. 답답했던 점

영화 연출에는 전혀 불만 없지만 영화 내용에서, 아마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었겠지만.. 공청회 부분은 정말 너무 답답하고 슬펐다.
정말 기적적으로 비행기가 파손없이 강 위로 무사히 착륙했고 빠른 도움의 손길로 사람들이 전부 생존했지만 기장과 부기장에겐 공청회가 남아있었다. 모두가 기적이라 기뻐하고 그를 영웅이라 불렀지만 정작 당사자는 해결해야할 현실이 너무나도 많았다.

책임을 묻는게 정말 아이러니했다. 물론 절차가 있고, 만약 잘못되었다면 그 절차를 진행하는 자리에 기장도 부기장도 있지 않았을거다. 책임을 물을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절차는 진행이 되긴 했을테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 만약 조종석의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다면 그들에게 책임이 있다해도 책임을 질 사람이 더이상 없지만, 생존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한다.

물론 살아나서 다행이에요 그걸로 됐죠 하고 넘어갈 수 있는건 아니다. 어쨌든 항공사의 자산인 비행기 한대가 파손되었고, 기적적으로 모두가 살아났지만 전원이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가 최선을 다했는지 더 안전한 방법을 찾지 않았는지 책임을 물어야만 했다. 그치만 이 부분이 정말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머리로는 절차대로 하는게 맞다고 알지만 가슴은 어쨌든 살았잖아.. 혹여 그게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더라도 최고의 결과가 나왔잖아.. 물론 그들은 사고가 일어났으니 재발을 방지해야만하기 때문에 다 살아났으니 됐지, 하고 넘어갈 수 없다.  이해는 하지만 답답하고 속상한 상황이다. 심지어 기장은 트라우마 치료도 안된 상태에서 지금 불려다니고 있어....(오열

 


모두가 영웅이라 부르지만 정작 설리 기장은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조사를 통해 나타나는 결과들, 왼쪽 엔진이 작동중이었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회항이 가능했다는 말들에 그는 흔들린다. 그 때에는 그 방법이 옳다고 믿고 실행했지만 사실 자신이 틀렸을까봐. 자신이 모든이들의 목숨을 가지고 도박을 한 것일까봐. 그래서 내가 틀려서 은퇴를 앞두고 연금도 못받고 자격이 박탈당하게 될까봐. 기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그는 괴로워한다. 집앞에 진을 치는 기자들로 인해 그의 아내 로리도 스트레스를 받고, 부동산 문제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설리 기장과 통화를 한다. 영화를 보고있자면 '아니 지금 겨우 살아돌아온 사람한테 저런 얘기를 하나?' 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어쨌든 살아남았고, 산 사람의 인생은 계속된다. 그렇기 때문에 생존으로 끝이 아니고 현실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로리를 마냥 탓할수도 없는게 그 역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을테니까. 남편의 비행기가 사고가 났는데 다행히 살아남았는데 온 세상에서 남편의 이야기를 떠들고 집 앞에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정작 남편은 만날수도 없고 전화 통화도 겨우 되는 상황이고 그 역시도 정신이 없는데 현실적인 부동산 문제들까지 연락이 오니 깊게 생각하기가 어려울것이다. 하지만 공청회 직전 통화하며 현재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남편의 생존보다 중요한게 없다는 것을 깨달은 장면은 감동적이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장면이었다.

 

어찌되었든 공청회에서 결국 설리기장의 선택이 옳았다는것이 증명된다. 무리하게 회항을 시도했다간 도시위로 추락해 더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는 공항으로 돌아가는게 불가능임을 느끼고 강 위로 착수를 결정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문제는.. 살아서 다행이지만 그의 '허드슨에 착수한다'라는 결정은 달리 말하면 그들이 죽을 경우 피해자를 비행기 탑승자로 한정시키겠다는 의미도 있다. PTSD에 시달리던 그의 환영에 빌딩과 충돌하는 비행기가 계속 등장한걸 보면.. 만약 도시위로 떨어졌따면 더 큰 사상자가 생겼을거다.
하지만 결론은 모두가 다 살았잖아, 잘 되었잖아. 그럼 됐잖아.

 


물론 영화내에서도 언급이 있지만 항공사와 보험사에겐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니었을거다. 그래서 계속해서 설리 기장의 책임을 묻고 그의 책임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도시괴담인 사람을 쳤을때 애매하게 사고가 나서 평생 병원비를 대느니 다시 쳐서 죽이라는 괴담도 떠올랐다. 겨우 생존했더니 책임을 묻는다. 만약 사고로 죽어버렸다면 안타까운 슬픈 사건이라며 그를 이렇게 몰아붙이진 않았으려나? 물론 몰아붙일 사람이 없었겠지만.

모두가 영웅이라 부르지만 그는 본인이 영웅이 아니라고 말한다. 영웅 찬양을 받는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음을 증명해야 한다. 영웅은 이상이지만 그가 마주한 공청회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옳았음을 증명했고 그의 명예가 회복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물 위에 착륙하는게 왜 더 위험할까 알아봤는데, 대충 알아낸 것은 지상위에 착륙할경우 활주로는 매끄럽게 포장되어있고 먼저 내려온 랜딩기어가 지상과 닿을때 충격을 모두 받으며 부드럽게 굴러가지만 물 위에선 랜딩기어가 쓸모없고 동체가 충격을 모두 받는데다 물의 표면은 지상처럼 부드럽고 매끄럽지 않다. 비행기의 속도를 감당 못하고 물과 부딪혀서 비행기가 뒤집힐수도 있는데, 물 위로 '착륙'이 아니라 물과의 '충돌'이고 이 충돌은 영화상에 표현된 것만 봐도 교통사고 수준으로 큰 충격이 가해진다. 근데 에어백도 없음.
설리 기장이 얼마나 능숙하게 글라이더를 조종할 수 있으며 얼마나 완벽한 착지를 했는지 알아볼수록 기적이 맞다.


작년에 후기 쓰다말고 올해 다시 쓰려고 하면서 영화를 한번 더 봤는데 정말 너무 잘 만든 영화다. 마음 따뜻해지고, 영화에 집중되도록 몰입감 넘치는 연출에, 해피엔딩까지. 좋아하는 영화 중 여러 이유로 다시 보기 힘든 영화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감정소모도 적고 즐겁다. 물론 볼때마다 눈물남... 그치만 이거 쓰면서 영화 이틀동안 두번봄ㅎㅎ


최악의 사고가 될 수 있었지만 모두가 구출된 정말 기쁜 소식이었다.
극 중 캐릭터들도 올해들어 정말 기쁜 소식이라며 뉴욕엔 이런 소식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두가 생존했어도 사고는 사고인데, 과연 이걸 '기쁜 일'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걸까?